요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잠깐 모병제 논의가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널리알려진 정치인, 전문가들의 모병제 의견 제안이나, 저출산 현상으로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병력 현실, 징병제의 단점 등을
이유로 화두가 되었다가 다시 코로나 등 다른 이슈가 주요해지면서 수그러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포스팅은 한국군이 모병제를 도입하는 데 있어 비용적인 문제보다 사회 환경, 인식, 제도적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안점에 두고 작성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한국군이 모병제를 도입하게 될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써본 포스팅입니다.
한국군이 모병제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가 있었고,
한국군이 모병제를 시행할 경우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 비용이 들어가는지에 대한 자료들도 웹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죠 :)
2020년 국회예산처의 전문가들은 한국군 모병제 도입에 5년간 약 29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네요.
www.ej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549
개인적으로 한국이 모병제를 도입할 수 있다면 해야 된다고 보는 쪽이나, 도입을 한다고 해도 단순히 비용뿐만이 아닌
여러 가지 환경, 사회, 정책적인 변화가 함께 맞물려야 모병제가 빛을 발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Key point
*군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청년층에서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모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청소년들의 기초체력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부와 국방부의 협력이 절실하다.
*모병제 이후 병-부사관-장교 간의 리더십과 화합 존중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1> 하사관 시대의 아픔을 생각해봐야 한다
하사관이란 명칭은 00년대 겨울 법령이 개정, 부사관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죠. 제가 입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있었던 일로 기억합니다.
현재 청년층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고, 그와 덩달아 부사관의 경쟁률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상승했습니다.
아래 기사를 보아도 2019년엔 약 4.3:1까지 상승했다고 하네요.
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404816
저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 분들은 최근의 이 현상이 격세지감일 것입니다. 확실히 우리가 20대였던 시절 "군대에 말뚝 박아라"라는 농담이
낄낄 거리는 병사들 사이에서 돌곤 했고, 그만큼 우리 사회의 직업으로서의 부사관에 대한 인식은 낮았습니다.
제가 군생활을 하던 시절 제 상급자였던 중사분(90년대 초반 군번)이 병장이 되고 친해진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들은 놀라웠습니다..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말을 해보자면..
*하사를 달고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부대의 병장, 상병 선임들에게 맞았고 이것은 자신만 겪은 일이 아니다.
*정착 수당이나 여러 수당을 받아도 월급이 심할 정도로 낮아, 많은 이들이 지원을 꺼렸다.
*무엇보다도 노년층 (20년 전이던 당시의 노년층이니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셨겠지만...)이나 기성세대에게 인식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선임들은 암암리에 부대에서 영창을 면제해 주는 조건으로 하사관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도 지원자가 없으니까.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 군인들을 '군바리'라는 비칭으로 불러온 문화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군의 허리인 부사관에 대한 사회적 푸대접이 심각했습니다. 현재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은 단지 취업난 때문만은 아닙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부사관들에 대한 경제적 처우, 군인에 대해 존중하고자 하는 의식, 국방부, 정부, 사회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부사관과 병사는 물론 다른 계급입니다만, 모병제를 도입한다면 병사도 부사관처럼 하나의 직업군 인화된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한국이 모병제를 시행한다고 당장에 많은 병사를 모집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2>과연 모병제를 하면 병사들을 많이 모집할 수 있을까?
(사진=픽사베이)
모병제 찬성론의 주요 주장 중 하나는 현재 사회적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모병제를 했을 때 사람이 안모일 걱정은 덜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몇 가지 점에서 이 주장에 의문이 있습니다.
*격오지 생활 등, 외출 등의 문제로 겪는 불편함
한국군이 징병제를 시행하는 타 국가들에 비해 외출, 외박, 휴가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병력의 7할 이상을 평양-원산 이남의 좁은 지대에 밀집시키고 있는 북한의 존재,
이런 북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군부대가 교통과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격오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한국의 5분의 1 정도라는 국토면적 덕에 시내로 오가기가 편해서 더 많은 외출, 외박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당연하듯 써왔고, 도심생활에 익숙하며, 유튜브로 자기의 개성을 표출하는 젊은 세대가 이런 상황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사실 취업난은 이미 제가 대학생활을 하던 00년대 초에도 IMF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심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부사관의 경쟁률이 서서히 상승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부사관 지원을 꺼려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현재도 해군이나 공군 부사관에 비해서 육군 부사관은 인력 충원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점을 잘 설명한 2019년 서울신문의 기사를 참조해보시면 좋습니다.
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124500001
*인식의 변화에는 시간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군입대에 대해 20대 청년들이 갖는 인식은 부정적입니다. 하다못해 이미 민방위도 끝난 40대들 조차도 군 시절 겪었던 여러 가지 서러운 일
들 내무부 조리, 심할 경우 구타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요즘 군대가 스마트폰도 허용되었고 과거보다 편해졌다지만 취업이 거의 되지 않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온 요즘 젊은 세대가
느낄 군생활의 '기회비용'은 훨씬 큽니다. 과거 하사관 지원율이 매우 저조했던 시절, 정착 수당 및 각종 장려제도를 만들었지만
하사관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하사관들이 겪었던 선임들에 대한 폭행, 격오지 근무의 고립감, 기타 여러 문제로 지원율이 갑자기
상승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현재의 군대가 과거보다 내무부 조리 및 폭력, 각종 사건 사고가 줄어들고, 자살자 숫자도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해 노력해준 군, 국방부, 시민사회의 관계자들, 먼저 자녀들을 보내고 개선을 요구했던 아픔을 겪은 유족들에 깊은 추도와 감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군대 내에서 지금도 잊을만하면 터지는 각종 사건 사고, 가혹행위들은 사회적으로 군대에 대한 시선이 어둡기도 한 단면입니다.
분명 사건, 사고의 숫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뉴스, SNS, 유튜브, 스마트폰 등 미디어 매체의 파급력이 갖는
위력은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이 높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직업군인에게 걸맞은 명예와 존중의 토대가 있어야 합니다.
나무 위키에 별도로 "군 부상자 치료비 부담 논란"이라는 항목이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과거보다는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현재도 군의 의료지원 문제나, 군 병원 문제에 대해선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친 장병들의 치료조차 '논란'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슬픕니다.
한편 UDT , 특전사를 비롯한 각종 특수부대 부사관들의 장기지원율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훈련 강도와 높은 고통을 감수하는 것에 반해, 처우가 덜 돌아오기에 문제라는 것입니다.
특수전 분야에 있어서 장기 복무한 숙련 경험자가 가진 중요성은 매우 높다는 걸 모두 아실 것입니다.
이 문제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3> 한국군이 모병제를 도입한다면.. 모병제와 성과, 월급체계 문제가 이슈가 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만일 모병제가 확대된다면 병사들의 월급 문제에 있어서 다른 양상이 생겨날 수 도 있습니다.
현 징병제 하의 군대에서 사실 병사들 중 대부분이 군대에 입대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저도 그랬죠)
좋게 말하면 국방의 의무, 나쁘게 말하면 잡혀가기 싫어서 입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야간 gop 근무를 서는 A상병이나 군견을 키우는 A 상병, 취사병인 A상병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았고,
서로가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는 '평등의식'은 장점적으로 발휘될 때에는 군내 병사간 분열, 갈등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예시로 든 것뿐이지 군견병도, 취사병도 군생활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힘듭니다. 기분 나빠할 20대 청년이 없길 :)
모병제 도입 후에도 이런 평등의식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군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이 명언을 기억할 겁니다. "자기 군생활이 다 힘들다고 한다." 맞습니다. 누구나 힘들었으니까요.
그러나 분명히 '꿀보직'이라든가, 상대적으로 더 내지는 덜 힘든 보직, 위치, 부대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할 것입니다.
사실 사병 월급이 매우 낮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징병제에서 이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하단의 링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군 병사 월급의 변천사입니다.
이렇듯 병사간에 자신의 역할 차이나 근무량, 난이도에 차이가 있음에도 참았던 건 애초에 월급 자체가 원체 낮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레펠을 타는 특공연대 병사들부터 시작해서, 몇몇 보직들은 xx수당으로 붙은 수당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체 낮았던 병사 월급의 시대에 이런 수당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280원짜리 무슨 수당(...)을 받았던 게 기억나네요.
하지만 모병제의 도입은 병사를 하나의 직업군인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고, 직업군인이 된 병사들 사이에서 맡은 보직, 임무에 따른
난이도 편차는 분명히 월급 논쟁을 부를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군의 특성상 어떤 보직이 어떻게 더 힘든지 100% 칼같이 계산, 측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이죠.
4> 청소년들의 기초체력 저하와 모병제 문제
제 미국인 친구는 현역 미군 부사관입니다. 종종 게임 메시지로 잡담을 나누곤 합니다. 하루는 이 친구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준 적 이 있습니다.
"미국의 요즘 20대 청년들은 비만이 너무 많아, 초고도 비만 비율이 하도 높다 보니까 병사 선발에 문제가 된다더라고"
우리는 모병제의 장점으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거나, 혹은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은 청년들이 아니라
군대에 지원할 만한 건강한 청년들을 선별해, 목적의식이 있는 청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점에 있어서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기초체력 저하는 심각합니다.
과거 19세기 후반 세계를 휘어잡던 대영제국이 학교에 체계적인 급식체계와 체육과목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는,
평민 출신에서 선발되는 병사들이 잘 먹고, 잘 크고, 체력적으로 건강해야 군에서의 각종 교육훈련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이 었다고 합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 매몰되어있는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상 중학생, 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은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부족한 채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6년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도 한국 청소년들의 체력 문제가 지적되었을 정도니 말 다했죠.
kyjec.bstorm.co.kr/news_view.jsp?cg_id=1&c_id=&pg=0&ncd=2980
징병제든, 모병제든 입대를 하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아들, 딸이며 우리 사회의 젊은 청소년, 청년들은 미래의 입대 가능자들입니다.
실제로 제 나이가 이쯤 되다 보니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 친구들의 계급도 부사관이면 상사, 장교면 영관급에 갓 진입한 경우가 제법 되는데
하나같이 말하는 문제가 요즘 입대자들의 심각한 기초체력 저하입니다. 이 문제는 과거에도 없던 것은 아니나, 요새 더욱 심각해졌다고 하네요.
특히나 모병제를 만약 도입한다면 전투임무 훈련 등 훈련 강도는 더욱 높아질 텐데 걱정이 됩니다.
현재는 코로나 시국이라 대규모 야외 체육활동, 교육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이 문제로 국방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청소년 기초체력을 키우는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5> 모병제 이후 생길 수 있는 군내 리더십/ 갈등 문제
과거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군생활을 하던 시절 인격적으로 훌륭한 부사관, 장교 분들을 많이 뵈었고,
본받을 점도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와 반대되는 경험을 했던 병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확실히 모병제를 시행하면 비자발적으로 끌려오다시피 한 병사보다, 직업으로서 의욕을 갖는 병사들을 지휘함에 있어
그런 쪽의 지휘 부담은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징병제 시절의 병사와, 모병제 시절의 직업으로서의 병사가 갖는 무게감은 다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병사와 부사관, 장교들의 리더십에도 이런 부분이 있죠.
분명히 모병제 군대에서 병 상호 간, 병-부사관-장교 간의 관계는 징병제 때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고, 이런 부분이 갈등의 여지를 만들 수 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모병제 군대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되기도 하고요. 이점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래에 우리나라가 모병제를 도입하게 될지, 아닐지는 그 미래에 가봐야 알게 되겠지만 이런저런 생각나는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
다가오는 봄 싱그러운 기운이 제 블로그 방문자분들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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