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러의 스마트한 세상사 :)!!

사람들이 9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이 90년대를 그리워 하는 이유는 뭘까. 요즘 드라마에서도 90년대를 다룬 작품들이 나오고,

 

90년대에 유행했던 <슬램덩크>, <맘마미아>, <타이타닉> 등의 ip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에게 90년대는 고등학생 시기였다. 그렇다면 그 시기를 살아본 사람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9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뭔지,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해보고 싶다.

1.90년대는 막연히 좋기만 했을까?

인터넷을 보면 90년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정 문화, 경기가 좋았던 시절, 감성이 풍부했던 시절이었다며 추억 보정(혹은 미화?)를

 

하곤 한다.

 

근데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할 것이 있다. 90년대는 막연히 좋기만 했던 시대가 아니다.

 

지금처럼 CCTV나 블랙박스가 대중화 되어있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강력범죄가 빈발했다.

 

지금의 1,20대들에게 40대 아재인 내가 그 시기 우리나라에도 소매치기나, 절도가 빈번했다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정말 그랬는지 신기해한다.

 

그뿐이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취업공고를 보고 나갔다가 알고보니 문제업체 였던 일도 빈번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회사 정보를 얻고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강한자만 살아남던 90년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기상천외한 장면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어른들이 90년대를 추억하는덴 아래와 같은 분명한 이유들이 있다. 

2.아날로그의 힘-손편지로 대표되는 따뜻한 감성

90년대의 인터넷은 PC통신이었다. 속도도 엄청 느리고, 여자 연예인 사진 한장을 보기 위해 10분 20분씩 기다렸던 기억도 난다.

 

가입자 수도 적고, 컴퓨터 지식이 없으면 사용하기 어려워서 지금 인터넷 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손편지를 썼고, 하나하나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곤 했다.

 

지금은 콜포비아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전화를 꺼리는 추세가 되었지만, 아직 이때만 해도 전화를 받는 맛이 있었다.

 

일반적인 가정집이라면 전화벨이 울리면 대부분 무조건 받아야했다.

 

지금처럼 전화상대가 누구인지라든가 번호정보가 안떴기 때문이다. 발신자 번호를 알 수 있는 비싼 유선전화는 일부 부잣집이나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에 대한 '밀도'가 달랐다.

 

예를들어 요샌 약속에 늦을 것 같거나 가기 어려우면 미리 스마트폰으로 연락해 사정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핸드폰이 대중적이지 않아서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했다면, 지각을 하더라도 장소까지 가야하는게 예의였다.

 

편지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로부터 올지 안올지 모르는 답장을 기다리는 초조함은 때론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이 왔을 때 큰 기쁨으로 돌아왔다.

 

인간은 불확실성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불확실성 뒤에 의외의 행운이 오면 몇배로 기뻐한다.

 

90년대는 불확실하고, 완벽하지 않은 아날로그 투성이었지만 그에 걸맞는 낭만이 있던 시대였다.

3.젊음의 활기

MZ세대가 싫어하는 꼰대문화는 외려 90년대가 훨씬 심했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00년, 90년대의 꼰대향기가 진하게 남아있던 그 시절 대학가에서

 

수업때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가 교수님에게 크게 야단을 맞고 모자를 벗어야 했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요새는 거의 사라진 풍경이리라. 하지만 사회적으론 지금보다 훨씬 활력이 넘쳤다.

 

이때만해도 우리나라는 아직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전이었고, 인구 구성에서 1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컸다.

 

거리는 젊음으로 넘쳤고, 지금은 예전만 못한 신촌, 압구정, 대학로 등의 번화가에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즐길거리가 거의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놀고싶다면 거의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던건 TV프로나 비디오, 책, 잡지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넘쳤고, 사회적으로 활력이 넘쳤다. 

4.모르는 이웃과도 이야기를 나누던 정 문화

(사진=픽사베이, 90년대를 상징하는 카세트 테이프)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의 없는 일이지만, 이때만해도 어딜 찾아가려면 낯선사람에게 말을 붙여야 했다.

 

처음가는 장소를 찾으려면 알음알음 물어서 가야했다.

 

이렇게 대화를 하게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기도 했다.

 

한 동네에 사는 동네주민들끼리는 얼굴을 마주치면 인사를 했고, 적어도 옆집사람과는 명절때 가벼운 인사, 떡돌리기 정도는 하는게 일반적 이었다.

 

지금은 길을 걷다 낯선사람이 말을 걸면 도를 아십니까?로 생각하게 된다.(물론 90년대에도 이분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땐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친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고교시절 방학 때 베낭여행을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길을 잃은걸 옆에서 본 대학생 커플이 차를 태워줘서 위기를 벗어난 경험이 있다.

 

서로 편지를 쓸 주소를 교환하고, 운전하던 형님의 삐삐 번호를 적어두고 그뒤로도 연락했고 지금도 지인으로 연락하고 있다.

 

물론 이때 '오지랖' 문화도 심했고, 스트레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웃과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사회는 아니었다. 그 점이

 

많은이들에게 90년대를 낭만의 시기로 기억하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5. 90년대 만의 템포

90년대의 창작물들엔 90년대만의 템포가 있었다. 

 

예전에 나는 요즘 웹툰작가들이 과거의 인쇄 만화가들에 비해 겪는 고충을 아래처럼 설명한 적이 있다.

 

https://hemiliar.tistory.com/363

 

웹툰작가들이 겪는 고민, 고충은 무엇일까?

저는 웹툰을 좋아합니다. 40대인 저는 어린 시절 아이큐 점프 등 코믹스 잡지를 즐겼고, 수많은 단행본 만화를 접하면서 만화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인터넷이 생기고 국내 만화계는 웹툰

hemiliar.tistory.com

요약하면 과거의 만화가들은 몇달에 한번씩 만화책 한권을 냈지만, 현대의 웹툰 작가들은 1주일에 1번씩 자신의 웹툰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기에 피드백의 템포가 빠르고, 스토리 설정, 구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확실히 과거의 만화들은 지금에 비해 깊은 서사, 깊이있는 설정, 긴 템포에 능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독자도, 만화가도 긴 호흡에 익숙했고, 90년대 라는 아날로그 시대가 이런 호흡을 만들 시간을 줬기 때문이다.

 

요새 웹툰 독자들은 소위말하는 '사이다 전개'에 익숙해져버렸다. 금방 결론이 나오고, 스토리가 전개되길 바란다.

 

지금의 세대들에게 이런 90년대의 템포는 지루할 수 있겠지만 '아재'들에겐 이런 90년대의 템포가 가끔 그립다. 

6.미래에 대한 기대감 

90년대엔 대부분 지금보다 훨씬 살기 힘들었다.

 

하지만 IMF 이전 중산층 비율은 지금보다도 훨씬 두터웠고, 국민들의 저축율도 높았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던 시절이고,  주6일제라는 힘듬에도 평생을 갈 직장이란 믿음이 직장인들에게

 

힘을 주었다.

 

미디어에선 연일 장밋빛 기대가 담긴 2000년대 상을 제시했다. 대기업들의 광고에도 그런 활기가 넘친다.

 

아래 배용준의 사랑해요 LG 광고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추억의 광고다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6xEe0W92pLU)

 

사람은 지금 당장이 힘들어도 미래에 나아질 것이란 믿음이 있으면 기대감을 품고 살게 된다.

 

90년대는 IMF 위기와 세기말 정서라는 부정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고 살아가던 시기였다.

 

가요계에는 연일 희망을 노래하고, 세상을 밝게 이야기하는 노래들이 넘쳐났다.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중간에 있던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단 사실이 참 기쁘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다시 이런 시기가 올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꽤 오랫동안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역사는 순환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법, 먼 훗날 내가 늙었을 때 태어날 이 땅의 새 생명들은 다시 그런 희망의 시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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